사람 살리는 쥐(GEM)의 독백
성제경 서울대 수의대 교수, 국가마우스표현형분석사업단(KMPC) 이끌어
▲ 성제경 국가마우스표현형분석사업단장은 특정 유전자에 이상이 있는 유전자변형쥐(GEM)에게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 지를 분석하고 있다. 이들은 온도, 습도, 소음 등이 일정하고 미생물 오염 걱정이 없는 ‘마우스 호텔’에서 평생을 보낸다. - 국가마우스표현형분석사업단 제공
찍찍, 나는 생쥐다. 정확히 말하면 유전자변형쥐(GEM). 부모가 누군지는 모른다. 실험실에서 만든 수정란에서 태어났다고만 할 뿐. 1
내 이름은 1, 2, 3 이런 숫자로만 존재한다. 대신 연구원들은 나를 ‘슈워제네거’라고 부른다. 불룩불룩한 근육 때문인데 ‘마이오스타틴 2’ 유전자가 없어서 그렇단다. 사람들은 일주일마다 내가 사다리를 얼마나 잘 올라가는지, 앞발로 버티는 힘은 얼마나 되는지 실험한다. 3
이곳 친구들은 저마다 유전자가 하나씩 없는 상태로 태어났다. ‘페드린’ 유전자가 없어서 냄새를 맡지 못하는 친구도 있고, 앞이 안 보이거나 귀가 먼 친구도 있다.
우리 모습을 보며 너무 안타깝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. 우리는 사람을 위해 꼭 필요한 존재라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. 우리도 나이가 들면 뇌에 이상이 생기고 근력이 약해지는 노화가 일어난다. 사람과 비슷하다. 유전체는 99%가 동일하다. 그래서 유전자 때문에 생기는 병도 비슷하다. 2년밖에 안 되는 수명은 사람에 비해 무척 짧긴 하지만 말이다.
그런데 그 덕분에 사람은 우리를 연구하고 그 결과에 의지한다.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100대 약이 모두 우리 덕분에 나왔다. 2007년 노벨 생리학상도 우리를 처음 만든 과학자들이 받았다.
초파리나 제브라피시 같은 실험동물도 많은데 굳이 왜 우리냐고? 어떻게 태어나고 죽는 지는 다른 동물로도 알 수 있다. 하지만 나이가 드는 과정과 병의 증세까지 볼 수 있는 동물은 우리밖에 없다. 4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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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러다 보니 이젠 GEM을 만드는 것보다 GEM의 표현형을 분석하려고 한다. 내 유전자에 이상을 일으켜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확인하려는 거다. 5
2012년에는 아예 ‘국제마우스표현형컨소시엄(IMPC)’이 생겼다. 사람의 유전자가 2만2000개이니 유전자를 하나씩 없앤 내 친구들도 2만2000마리를 만들어 사람의 질병 지도를 만들겠다는 거다. 6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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▲ 생쥐의 근력을 시험하는 모습. 사람의 턱걸이와 비슷하게 앞발의 근력을 측정하는 것이다. - 국가마우스표현형분석사업단 제공
- GEM : Generically Engineered Mice의 약식표기. [본문으로]
- Arnold A. Schwarzenegger (아놀드 슈왈제네거) 때문인듯. [본문으로]
- Myostatin : Growth differentiation factor 8, (abbreviated GDF-8), TGF beta protein family의 하나로 인간 체내에서 MSTN gene에 의해 코딩된다. 근(筋) 발생에서 근육의 분화와 성장을 저해한다. [본문으로]
- 인간과의 유전적 유사성과 실험체로서의 접근성이 용이하여 생물학 실험, 특히 genomics에 잘 쓰인다. [본문으로]
- Phenotype : 유전자형(genotype)에 대립되는 개념으로 유전자형이 어떤 염기서열을 이른다면 표현형은 염기서열에 따라 생물체의 내,외부로 직접 나타나는 관찰 가능한 모든 형질을 뜻한다. [본문으로]
- 2011년 9월 출범한 국제 과학회로 2만여 knock-out mouse strain의 표현형을 연구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조직되었다.
참고 : http://en.wikipedia.org/wiki/International_Mouse_Phenotyping_Consortium [본문으로] - 아무리 후하게 쳐도 1년에 20여 종. 죽었다 깨나고 30종도 불가능하다. [본문으로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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